4명의 남녀가 손을 맞잡는 사진(Igor Vetushko 사진, depositphotos)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2024년 1월 2일, 조선일보에 <1020세대 98%는 TV를 보지 않는다>라는 글을 올렸다. 누구나 참여가능한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 등 매체의 다변화로 각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취향에 맞는 오픈채팅방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자기 취향에 딱 맞는 콘텐츠를 ‘좁고 깊게’ 소비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런 경향은 소통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청년층이 축구‧게임‧패션 등 주제별로 만들어진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통해 왔다면, 청소년들 사이에선 아예 미시적인 관심사를 주제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고 끼리끼리 소통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취향과 관심사가 극단적으로 세분화된, ‘초분화(超分化)’ 세대라고 할 수 있다. - 해당 글에서
한 세대 안에서 각자 다양한 환경, 취향이 있음을 보여주며, 보편적 정서를 찾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TV와 라디오 등 기존 매체와 정치권, 기업 등에서 그런 이를 포용할 거리를 찾는 게 하나의 숙제가 되었다.
파편처럼 나뉜 이들을 하나의 깃발 아래 모으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이럴 때 필요한 건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를 존중하고 사람들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다양한 입장을 인정하고 조율하는 능력이야말로 다가오는 시대에 우리 정치가 가져야 할 덕목이요, ‘초분화’ 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 해당 글에서
이 글을 읽으면서 공감이 갔다. 특별한 설명없이 이 시대에 사는 모든 이를 그대로 말해주고,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주었다. 한마디로 우리는 ‘다양화 시대’를 맞고 있다.
「패션도 개성시대」
과거 유행의 대명사로 불리던 패션이 다양한 수요층이 등장하면서개성을 중시하는 신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사치스런 이미지로 유행을 이끌어온 패션시장이 유행보다는 개개인의 생활방식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바뀌는 추세다. 패션 개념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는 점차 개성화·다양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소비욕구를 지닌 신소비층도 생겨나고 있다. 이는 신세대 뿐만 아니라 14세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한 패션산업도 활기를 띠는 등 패션의 세분화추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 - <유행보다 개성을 중시한다> (매일경제, 1997.4.1.)
기획재정부 공식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소비에도 개성이 있다 다양한 소비자의 등장> (2018.9.17.)은 각자의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뜻하는 여러 용어를 소개하며, ‘개인의 취향과 개성 등이 반영되는 방식을 적극 선호’한다고 말한다.
재미를 쫒는 소비자, ‘펀슈머’ (Fun + Consumer) : 단순히 비용을 지불하고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 구매 과정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비자
꼼꼼하게 확인하고 구매하는 ‘체크슈머’ (Check + Consumer) :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높아진 관심과 제품 성분과 원재료 등을 확인하고 구입하는 최근 소비자의 행태를 잘 보여주는 단어
환경 보호를 중요시 여기는 ‘그린슈머’ (Green + Consumer) :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상품의 구매를 지향
소비 경험을 중시하는 ‘트라이슈머’ (Try + Consumer) 와 ‘트윈슈머’ (Twin + Consumer)
1. 광고나 판매를 권하는 직원 등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제품을 판단하고 경험해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 세력, 혹은 집단
2. 소비성향이 서로 비슷한 소비자들을 지칭, 다른 사람의 소비 경험을 중시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최신 유형의 소비자
- 해당 글의 용어와 설명을 정리
우리는 다양한 개성과 취향을 가진 개개인으로 존중받는 동시에 서로의 갈등도 점점 깊어진다.
1996년에 발표된 H.O.T의 <개성시대> (X Generation)에 이런 가사가 있다.
자, 이젠 모두 다 유행 신경 쓰지 말고, 서로의 개성을 살리자 신세대여.
변해가는 세상, 사랑까지도 언젠가 바뀔 거야, 유행따라.
제발 순수한 한 사랑만은 제발 변하지 말아줘.
개성이 점점 존중받고, 유행도 매번 바뀌지만, 사랑 등 모든 이가 추구하는 가치는 변하지 말아달라는 말이다. 맨 앞에 언급한 글에서 개개인의 입장을 존중하되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 힘의 원천이 보편적 가치라고 본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통용되는 공통된 가치나 기준’을 뜻하는 이 말은 우리 사회에 더욱 필요하다. 시대에 따라 바뀌지만, ‘우리는 사람이다’라는 전제를 갖고 대화와 소통을 포기해선 안된다. 많은 학자와 연구 기관이 지적한 대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끊임없이 찾고,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우리 사회는 계층 간, 지역 간, 세대 간, 남녀 간 그리고 진영 간 추구하는 가치가 서로 다르고 다양할 뿐 아니라 이해관계 또한 첨예하게 대립하는, 매우 복잡한 다원화된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동질성보다 이질성이 훨씬 더 커져만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대립과 갈등, 반목과 충돌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 구성원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 사회에 가장 기본이 되는 공동체 가치가 있다면 모를까. 따라서 공동체의 회복을 바란다면 그 무엇보다 먼저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 가치를 발굴해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 공동체 가치 : 인간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개인의 행복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
- 이중원 <공동체 가치는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할 공동선이다> (인문360)
평등이나 비폭력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호소한다면 논쟁의 원인이었던 신념의 차이를 집중 논의하는 일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공통의 가치를 인정하면 대화의 물꼬를 트는 동시에 상대에 대한 신뢰를 쌓고 관계 또한 진전시키는 일이 가능하다. (중략) 공감적 이해의 핵심은 상대방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서로의 신념을 적극적으로 이해해서 상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갈등 당사자들은 공감적 이해를 통해 의견차를 극복하고 상호 협력의 길을 찾을 수 있다.
* 공감적 이해 : 신뢰 강화와 자기 변명 지양,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목표로 삼는다는 점
- 로렌스 서스킨드 <보편적 가치를 믿고 상대방과 맞서라> (우정이 옮김, 동아비즈니스리뷰 73호, 2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