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흥국생명 빌딩 앞에 걸린 동상 '해머링 맨' (사진 출처 : 네이버블로그 'Tour Note')
2024년 새해를 맞은 1월 첫날이었다. 연말연시 분위기지만 우리 가게를 향한 사람들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추웠다가 따뜻했다를 반복하는 이상 기후지만, 동네 사람 혹은 단골손님 외 오는 사람은 줄었다. 겨울이라는 비수기, 주말 장사가 잘되는 가게라고 생각해도 마찬가지였다. 마감 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가게에서 가진 회식 자리에서 그 이야기가 나오자 사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요. 그러면서 힘든 곳(생산직, 건설업 등)은 일 안 하려 합니다. 거기서 악착같이 벌면 돈 많이 버는데, 안 가려고 해요. 다들 편한 데만 찾는데 어떻게 돈을 쓰겠어요?”
같이 일하는 이모님들도 사장님과 나이가 높거나 비슷해서 수긍하는 눈치였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혼자 튈 분위기가 아니라서 며칠 뒤에야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오픈톡방에서 이걸 꺼냈다.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라 이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했다.
“원래 내가 서 있는 데에서 보이는 만큼만 보는 거 아니겠습니까?”
“왜 거기를 이주노동자들이 가는지, 그분들이 어떤 상황인지를 눈감고 귀 막고 하시니…”
나는 오래전부터 생산직, 건설현장 등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와 근본적 원인을 들으며, 노동자의 편을 드는 글을 여러 편 썼다. 전태일이 스스로 몸을 던진 1970년 11월 13일 이전과 비교하면 노동 환경이 나아졌지만, 이를 지지하는 시민사회와 일부 정치인의 움직임 덕분이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기업의 경영자가 우대받는 사회고, 노동자는 업종, 규모마다 다르지만, 의견을 충분히 내지 못한 채 일하다 다쳐도 걸맞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 그들을 보호하는 법은 번번이 방해받고, 겨우 구색만 갖춘 처지다. 이러는데 어느 청년이 힘든 업종에 가려 할까?
건설업, 생산직, 조선업은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Dangerous)해서 3D업종이라 불린다. 중소기업, 하청업체가 많은 생산직과 건설업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기피가 심해 이주 노동자를 고용할 정도다. 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1순위인데 그만큼 관련 기업이 노동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지 못한다는 얘기다.